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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공학

최선의 선택보다 중요한 것이 있을까? (n분의 1의 함정, 하임 샤피라)

by YBK note 2020.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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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분의 1의 함정 / 하임 샤피라

n분의 1의 함정
국내도서
저자 : 하임 샤피라(Haim Shapira) / 이재경역
출판 : 반니 2017.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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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더는 하루에 백 번 싸운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하루 8시간의 노동을 기준으로 5분마다 한 번씩 싸우는 꼴이다. 리더라는 자리가 얼마나 힘들고, 외로우며, 어려운 자리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리더의 위치에서는 매 순간을 소홀히 할 수 없다. 리더의 영향력은 참으로 지대해서 매 순간의 판단과 결정이 조직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인간은 매 순간마다 선택의 연속으로 살아간다. 우리가 어릴 적 많이 했던 "가위, 바위, 보"도 어찌 보면 선택을 위한 수단이다. 선택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현실에 영향을 끼친다. 내가 하는 선택이 단순한 놀이나 내기 정도로 끝낼 수 있는 것이라면 사실 선택이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물론, 내기에 지면 굉장히 분할 것 같긴 하다.) 하지만, 거대한 조직의 리더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선택의 순간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선택에 따라 모든 것에 바뀐다. 이럴 때 리더가 "가위, 바위, 보"처럼 운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은 일반적으로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다.

 

   그렇기에 역사적으로 순간의 판단과,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고민과 연구가 지속되어 왔을 것이다. 게임이론도 이러한 고민과 연구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게임이론은 상호 의사결정이론이며, "상호"라는 의미에서 우리는 2인 이상의 환경에서 적용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조직이 2인 이상의 집합체라는 정의의 측면에서 볼 때, 게임이론은 조직체계 안에 있는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에 대해 수학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책에서는 오히려 "게임이론이 진정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을까?"라며 독자들에게 의문점을 던진다. 책은 존 F. 내쉬의 균형이론으로 시작해서 균형이론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내시 균형의 측면에서 볼 때 최선의 선택이 항상 최선의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님을 분명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저자의 의도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나는 글의 제목을 "최선의 선택보다 중요한 것이 있을까?"라고 지었다. 최선의 선택이 최선의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최선의 선택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라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선택의 상황을 상호 의사결정 피라미드의 정점에 있는 리더의 관점에서 풀어볼까 한다. 


   리더는 특히,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판단과 결정이 굉장한 어려움을 겪는다. 리더의 의사결정이 힘든 이유는 무엇인가? 캐리비안의 해적의 잭 스패로우 선장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고 한다.

"신뢰할 수 없는 인간은 신뢰할만하다. 놈들을 신뢰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으니까."
"정말로 믿지 못할 인간은 신뢰할만한 놈들이다."

   잭 스패로우 선장의 말을 "공갈협박범의 역설"의 관점으로 생각해보았다. 공갈 협박범의 역설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비합리적인 상대에 맞서 합리적으로 싸우는 것은 종종 비합리적이다."
"비합리적인 상대에 맞서 비합리적으로  싸우는 것은 종종 합리적이다."

   나는 이 설명을 보고 리더의 선택에 다른 결과를 표로 정리해보았다.

공갈 협박범의 역설에 따른 리더의 행동 / 결과

   나는 ②번과 같은 상황이 리더를 가장 힘들게 하는 요소가 아닐까 생각한다. 신뢰하는 사람에게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합리적이라고 하는 것은 일반 현실세계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여기서는 입장을 바꿔서 상대의 행동을 예측하는 노력(상대가 합리적인지, 비합리적인지를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노력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 부분이 우리를 더 미치게 만드는 것 같다.

 

   "공갈협박범의 역설"에서 해소하지 못한 부분을 나는 "최후통첩 게임"에서 나름대로의 답을 찾았다. 이 두 가지는 굉장히 유사하지만, 분명한 차이는 바로 정보의 비대칭성에 있다. 피라미드식 구조를 갖고 있는 조직에서는 최종 관리자와 실무자 간의 정보력은 분명한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것을 정보의 비대칭성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책에서는 주최 측으로부터 돈을 받는 제안자(받은 돈을 응답자와 나눠야 하는 사람)에 대한 정보 상황에 따라 응답자(제안자로부터 돈을 받는 사람)의 반응이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설명한다. 응답자는 제안자의 요구대로 돈을 받을 수도 있지만, 제안을 거부할 경우 제안자와 응답자는 모두 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첫 번째는 "공갈협박범의 역설" 상황이다. 제안자가 1,000달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응답자가 알고 있고, 제안자가 응답자에게 10달러를 주겠다고 제안한다면, 응답자는 어떻게 반응할까? 응답자의 선택은 2가지(① 10달러 - 제안 수락, ② 0달러 - 제안 거절)이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10달러를 받는 것이 합리적이다. 0달러보다는 10달러를 받는 것이 당연히 이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응답자는 제안을 거절한다. 정보의 대칭 상황에서 특히, 인간은 체면의 중요성을 보여주며, 이것은 부당함을 거부하는 인간의 본성을 실증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최후통첩 게임" 상황이다. 앞선 상황과 비슷하지만 제안자와 응답자 간의 정보의 비대칭성이 있는 경우이다. 제안자는 응답자에게 동일하게 10달러를 줄 것을 제안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응답자가 현재 제안자가 얼마를 갖고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 이런 경우에는 응답자는 어떻게 반응할까? 응답자의 선택지는 아까와 동일하겠지만, 대부분의 경우가 제안을 수락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공갈협박범의 역설""최후통첩 게임"결과의 차이에서 나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상호 의사결정 과정에 있어서 나와 상대의 정보의 상황에 따라 내가 취해야 할 전략을 다르게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위의 표에서 명시한 내용 중 리더가 비합리적인 행동을 할 때에도 결과적으로 합리적일 수 있다는 부분을 보완 설명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후통첩 게임에 따른 리더의 행동 / 결과(정보의 비대칭성)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정보의 비대칭성이 있는 상황에서 리더는 어떠한 전략을 택해도 대체적으로 합리적일 수 있다. 또한 ③번의 상황처럼 신뢰할 수 없는 사람과는 대체적으로 정보의 상황이 대칭적인 경우는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하며, 상대가 비합리적이라고 확신할 경우에 리더는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합리적일 수 있다.

 

   리더가 비합리적인 행동을 취한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 내가 여기서 언급하는 비합리적인 행동이란 도덕적 · 윤리적인 범주를 벗어나지는 않으며, 개인의 이익보다 조직의 이익을 우선시한다는 의미에 더 가깝다. 이러한 의미에서 리더는 조직의 목표와 조직의 이익이 무엇인가를 분명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게임이론의 시작에서도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 게임에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이다. 조직의 목표를 확실히 구체화 함으로써 취할 것과 포기할 것을 명확히 선택한다. 초반에 약간의 타협을 하지 않으면 막판에 엄청난 타협을 하게 된다고 "중매쟁이 이론"에서는 설명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초반의 타협이란 개인의 이익보다 조직의 이익을 다소 우선시 여기는 것이지만, 타협이라는 의미가 개인의 이익을 완전히 무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적어도 "리더라면 나무보다는 숲을 볼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로 접근해야 한다. 

 

   "나무보다는 숲을 봐야 한다."는 것은 내시 균형의 한계점을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내시 균형이란 선수들이 자신의 결정에만 관여할 수 있는 상황에서 선수 중 누구도 현재의 전략을 바꿀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전략을 바꿔도 본인에게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내시 균형이 위대한 이유는 많은 게임의 시작점이 달라도 결국, 내시 균형점에서 끝난다는 것에 있다. 하지만 그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에서는 내시 균형이 항상 최선의 선택이 아님을 분명히 보여줬다. 내시 균형의 전제 조건에는 개인의 이익 추구와 배신이라는 요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쩌면 인간의 본성이다. 

 

   하지만 하이에나 무리가 사냥할 때 하는 모습들을 보면, 우리는 이것을 내시 균형으로 설명할 수 없다. 내시 균형에 따른다면, 집단의 무리가 사냥할 때 하이에나 개별의 입장에서는 사냥에 참여하지 않고 먹이를 먹을 수 있는 것(무리에 대한 배신)이 최선의 전략이다. 하지만 입에 거품을 물고, 무언가에 무아지경으로 도취된 상태에서 배신이라는 것은 절대 찾아볼 수 없는 상태로 협공에 나서며 조직에 협력한다. 

 

   나는 이러한 무아지경의 도취 상태가 리더에게 시사하는 바가 굉장히 크다고 생각한다. 리더는 이처럼 조직의 구성원들이 오직 조직을 위해 힘쓰도록 도취시킬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내시 균형의 한계를 극복하고 하이에나 무리처럼 조직을 배신하지 않고 오직 조직을 위해 행동하도록 해야 한다. 조직을 위한 도취 수단은 조직의 비전과 리더의 준거 권력 두 가지 관점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조직의 비전이란 조직이 장기적으로 지향하는 목표, 가치관, 이념 등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비전은 조직이 앞으로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조직원은 이러한 비전에 매료되어 오직 조직을 위해 행동한다.

 

   준거 권력이란 해당 대상을 존경하거나 동일시하며, 그의 인정을 받고자 원할 때 생기는 권력 유형이다. 어떤 사람이 존경하고 따르고 싶게 하는 매력이 있다면, 주변 사람들은 그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에 영향을 받게 되고, 몇몇 구성원들은 그 대상의 행동을 모방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호의 및 충성심을 가지고 대상을 대하는 경향이 있다. 리더의 준거 권력이란 다시 말하면, 인간적인 매력이다. 이러한 인간적인 매력은 내시 균형이나 다른 게임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강력한 힘으로, 오직 리더에게 헌신하게 한다. 어쩌면 조직을 이끌어 나가는 데 있어서 조직의 비전보다 준거 권력이 더 강력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리더에게 있어 최선의 선택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최선의 선택보다 중요한 것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① 수용 가능한 위험 범위에 있는 선택지를 지금 당장 선택하는 것
② 강력한 리더십으로 조직을 배신하지 않도록 무아지경의 상태로 만드는 것
③ 가끔씩 지는 라운드(배신)에 연연하지 않고, 조직의 전체적인 성공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

   선택의 폭을 좁히는 과정에서 최선의 방안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현실세계에서는 그런 과정을 위한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것이 대부분이고 그렇기에 적시성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일단 허용 가능한 위험의 수준을 설정하고, 해당 조건을 만족하는 선택지 중 신속하게 행동을 옮길 수 있는 것을 선택해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선택의 결과에 대한 위험을 담담히 받아들이면 된다. 최선의 선택은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함이지 위험을 없애기 위함이 아니다. 위험을 회피하려 애쓰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다. 

 

   이제 실천을 옮겼다면, 강력한 리더십으로 구성원들이 조직을 배신하지 않도록 무아지경의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100명의 아군을 만드는 것보다 1명의 적을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조직의 비전과 리더의 준거 권력으로 구성원들을 하나로 뭉쳐야 한다. 구성원들 간의 믿음은 행동을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진정한 에너지이자 원동력이다. 물론, 모든 구성원들을 믿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상대를 그냥 믿어주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책일 때가 많다. 이것은 팃포탯 (tit for tat) 전략이라고 하는데, 반복적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서 가장 최고의 전략이라고 평가받는다. 팃포탯은 "내가 상대에게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지 말고, 상대가 먼저 내게 어떻게 했는지를 생각하는 것"이다. 이 전략의 핵심은 내가 먼저 상대를 배신하지 않는 것이며, 허용 가능한 범위의 리스크를 수용하는 것이다. 만약 상대가 배신한다면 맹목적인 낙관은 접어두고 반드시 보복한다. 그래서 상대에게 배신을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는 확실한 이미지를 심어준다. 이 부분은 팃포투탯 (tit for two tat) 전략의 결과로 분명히 알 수 있다. 지나치게 신사적인 것도 최선의 전략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용서도 필요하다. 상대가 배신을 멈추고 협조적으로 나오면 과고를 묻지 않고 용서한다.

 

   마지막으로 리더는 가끔씩 발생할 수 있는 구성원들의 배신에 연연하지 말고, 오직 조직의 전체적인 성공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조직운영이 어려운 이유는 "뉴컴의 역설"처럼 어떤 선택이든 타당한 이유가 있어서 구성원들의 행동을 직접 통제할 수가 없다는 것에 있다. "지원자의 딜레마"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각 개인의 구성원들은 본질적으로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① 지구전, 방관자 효과처럼 조직업무에 일부러 나서지 않거나, ② 일부러 업무를 잘 못하는 척을 하거나, ③ 조직 내 상대적 약자에게 일을 떠넘기거나 강요할 수 있다. 리더가 모든 것을 다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리더들이 흔히 범하는 착각이자 실수이다. 이러한 지원자의 딜레마 때문에 반드시 업무추진에 있어서 실수와 실패가 발생한다. 그렇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사람은 모두 실수한다. 하지만 오직 현명한 사람들만이 실수에서 배운다."

리더는 조직의 전체적인 성공을 목표로 해야 하며, 중간에 발생하는 과오와 실수에서 교훈을 찾아 조직의 업무추진 원동력으로 삼을 줄 알아야 한다.

 

   "전략이 아무리 아름답다고 해도 가끔은 결과에 신경 써야 한다."는 윈스턴 처칠의 말로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리더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있어서 게임이론은 분명히 도움이 될 수 있고, 최선의 선택지를 제공해줄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이론은 판단을 위한 도구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글의 제목을 "최선의 선택보다 중요한 것은 있을까"라고 지은 것이다. 게임이론은 최선의 선택지를 보여줄 수 있지만, 그것이 곧 최선의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곧 우리가 깨달을 수 있다. 결국, 최선의 선택보다 더 중요하다고 언급한 세 가지는 리더 본인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오직 그것만이 리더에게 최선의 결과를 갖다 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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