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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사회

세상은 내가 아는 만큼 보인다.

by YBK note 2020.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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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 야마구치 슈 지음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국내도서
저자 : 야마구치 슈 / 김윤경역
출판 : 다산초당 2019.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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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시기여서 그런 부분도 있긴 하지만 요즘 책을 정말 많이 읽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확히 세보지는 않았지만, 최소 1주일에 1권씩은 보고 있는 것 같네요. 이 블로그는 지금 책과 관련된 주제로 운영을 하려고 하는데, 지금 읽은 책만큼 제가 글을 많이 쓰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최대한 틈틈이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책은 제가 20년 8월 29일에 읽은 책입니다. "우리가 철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시작으로, "사람, 조직, 사회, 사고"라는 4가지 주제로 철학에 대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책입니다.

 

우리는 학창 시절에 적어도 한 번쯤은 철학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철학 수업도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철학에 대해 잘 알고 있지 못할뿐더러, 관심도 없습니다. 이 책의 서두에서는 소크라테스나 데카르트 같은 심오한 철학자들의 이야기 대신에 우리가 왜 철학 앞에서 좌절하는지, 왜 철학은 따분하게 느끼는지에 대해 먼저 이야기합니다.

는 서두의 설명에 너무나 공감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나갔고, 335페이지라는 적은 분량이었지만, 다양한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짧고 굵게 만나고 "일상생활에서 철학이라는 사고의 도구를 활용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제가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쓰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볼 때, 이 책을 읽기 전 · 후의 차이가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세상의 바라보는 눈이 넓어졌고, 나의 사고의 폭이 확장되어 똑같은 책을 읽어도 예전에 느낄 수 없었던 감정과 저자의 생각들이 조금이나마 더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될 때 삶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교양"이라는 것이 쌓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히, 시대를 이끌어야 하는 리더라면, 이러한 교양은 너무나도 필수적일 것입니다.


로버트 허친스(Robert Hutchins)"리더가 교양을 갖추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교양이 없는 전문가야말로 우리의 문명을 가장 위협하는 존재다.
전문 능력이 있다고 해서 교양이 없거나 매사에 무지해도 되는 것일까?

유럽의 엘리트 양성을 담당해오던 주요 기관에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철학과 역사를 필수과목으로 가르쳤다고 합니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치나 경제 분야 등 무수히 많은 엘리트 집단을 양성하고 있는 세계 명문대에서 철학이 가지는 입지는 실제로 엄청납니다. 우리가 읽어보지는 않았어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도 하버드에서 가르치고 있는 교육과정에 철학이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 뉴스에서 정치 관련된 내용들을 볼 때마다, 로버트 허친스 교수가 했던 말이 떠오르면서 2가지의 생각이 듭니다.

1.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정치를 할 수 있을까?
2. 내가 왜 저런 사람에게 표를 던졌을까?

요즘 국내 정치판만 봐도 인간이 왜 교양을 갖추어야 하는지에 대해 정확히 공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타인에게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포함되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모든 사람이 리더가 될 수 없기에 나를 포함한 우리를 이끌 훌륭한 리더를 선정하기 위해서 나 자신의 교양이 정말 필요함을 보여줍니다.

 

오죽하면, 이러한 말이 나왔을까 싶습니다.

"선거(투표)의 결과가 그 나라의 국민성을 나타낸다."

저자는 우리가 철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를 4가지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1. 상황을 정확하게 통찰할 수 있다. (변증법적 사고)
2. 비판적 사고의 핵심을 배운다. (제안 - 비판 - 제재 안)
3. 어젠다(agenda)를 정한다. (혁신의 시작 = 과제를 설정하는 것)
4.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는다. (징비)

나는 여기서 ③번 항목인 "어젠다를 정한다"를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혁신"이라는 단어의 뜻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요즘 혁신이라는 단어는 너무나도 자주 접하는 단어이다. 기업혁신, 조직혁신, 더 나아가 국가혁신 등 혁신이라는 단어는 통상 "발전"이라는 뜻이 함축되어 사용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대부분 "지금 당장 혁신해야 합니다!"라는 식의 "혁신 놀이"만 하고 있고, 진정한 혁신의 첫걸음을 하고 있지 못하는 것이 현실인 것 같다.

 

저자가 "세상에서 가장 혁신적인 조직을 만드는 법"이라는 책에서 혁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전 세계적으로 혁신을 일으킨 사람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들은 혁신을 일으키기 위해 일을 한 것이 아니라 반드시 구체적으로 해결하고 싶은 과제가 있어서 일을 했다는 것이다. 이 말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우리가 혁신에 너무나도 자주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혁신에 실패하는 이유는 아이디어나 창조성의 결여가 아닌 애초에 우리가 혁신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어젠다, agenda)조차 설정하지 않았거나 아예 알지 못했던 것에 있다. 이것은 정말 놀라운 사실이다.

 

혁신을 위한 과제 설정은 어떻게 할 수 있는가? 나는 이 질문을 보고서 이 블로그 글의 제목을 다음과 같이 정했다. 

세상은 내가 아는 만큼 보인다.

내가 아는 만큼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정말 무서운 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는 것은 곧, 교양이다. 내가 가진 교양만큼 세상이 보인다. 눈 앞에 펼쳐진 익숙한 현실로부터 혁신을 위한 과제를 선택하고 추출해서 끌어내려면, 반드시 상식을 상대화해서 볼 줄 알아야하고, 이것은 "교양"에서 시작된다.

 

내가 연암 박지원 선생의 열하일기와 관련된 소감문을 쓸 때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조선이라는 사회밖에 살지 못했던 사람이 조선에 풍속에 대해 '우리는 왜 이런 것을 하는 걸까'라고 생각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지리적인 공간이나 역사적인 시간의 폭을 넓은 시야로 볼 줄 아는 사람이 눈 앞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고, 보통의 상식을 상대화해서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곧 혁신을 위한 과제선정의 시작이다. 눈 앞의 세계를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객관적으로 고찰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이 바로 철학이자 교양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철학자는 총 50명이다.(프리드리히 니체, 카를 구스타프 융, 에드워드 데시, 아리스토텔레스, 장 캘뱅, 존 로크, 에리히 프롬, 버러스 프레더릭 스키너, 장 폴 사르트르, 한나 아렌트, 에이브러햄 매슬로, 리언 페스팅어, 스탠리 밀그램,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니콜로 마키아벨리, 존 스튜어트 밀, 페르디난트 퇴니에스, 쿠루트 레빈, 막스 베버, 에마뉘엘 레비나스, 로버트 킹 머튼, 존 내시, 헤이르트 호프스테더,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카를 마르크스, 토머스 홉스, 장 자크 루소, 애덤 스미스, 찰스 다윈, 에밀 뒤르켐, 마르셀 모스, 시몬 드 보부아르, 질 들뢰즈, 세르주 모스코비치, 미셸 푸코, 장 보드리야르, 멜빈 러너, 소크라테스, 플라톤, 프랜시스 베이컨, 르네 데카르트, 게오르크 헤겔, 페르디낭 드 소쉬르, 에드문트 후설, 칼 포퍼,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토머스 쿤, 자크 데리다, 앨런 케이, 안토니오 다마지오)

 

이렇게나 많은 철학자들의 생각을 단 335페이지로 요약해서 볼 수 있고, 일상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는 저자만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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