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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사회

전투에서는 승리하였으나, 전쟁에서는 패배하였다.(주호영 원내대표의 발언, 군 첩보자산 공개)

by YBK note 2020.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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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민의 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YTN 출발 새 아침이라는 프로그램에서 한 발언(군 첩보자산 공개)이 정말 잊히지가 않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본다면, 큰 문제가 없어 보일 것 같은 발언도 조금만 생각해본다면, 이것이 어떠한 파장을 불러일으키는지 가히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특히, 군대에서 근무를 해본 경험이 있거나 첩보 획득이나 정보자산 관리 분야에서 일을 해보신 분이라면 정말 엄청난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상황을 가장 잘 나타내는 표현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전투에서는 승리하였으나 전쟁에서는 패배하였다."

 

이러한 뉴스 기사들을 보고 나서, 2015년에 영화로도 개봉했었던 "이미테이션 게임(The Imitation game)"이 떠올랐다. 개인적으로는 흥미롭게 본 영화여서, 당시에 별도로 책을 구매해서 봤던 기억이 있다. 책으로 보면,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하고, 담백한 내용들을 읽어볼 수 있습니다.

앨런 튜링의 이미테이션 게임
국내도서
저자 : 앤드루 호지스(Andrew Hodges) / 김희주,한지원역
출판 : 동아시아 2015.02.04
상세보기

이미테이션 게임

영화나 책으로 이미테이션 게임을 보셨던 분들이라면 당연히 공감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일의 "에니그마(ENIGMA)"를 해독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한 연합군 암호 해독팀이 결국 암호 해결에 성공하여, 기쁨과 행복에 취해있던 순간에, 암호 해독팀의 일원이었던 피터 힐튼(매튜 비어드)의 형이 탑승한 수송선이 곧 공격당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확인하였습니다. 분위기는 갑자기 냉랭해졌고, 피터 힐튼은 감정에 호소하여 앨런 튜링(베니딕트 컴버배치)에게 수송선에게 이 사실을 알릴 것을 부탁하지만, 튜링은 냉정하게 거절하였죠.

수 천만명의 목숨을 구했으나, 자기 자신을 구하지는 못했다.

감성적으로, 앨런 튜링은 인간적인 감정이라고는 1도 없는 정말 차갑고, 냉정하며 악마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앨런 튜링의 판단은 정말 무섭도록 냉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이성적인 판단은 결국 연합군의 제2차 세계대전의 승리로 이끌었고, 수 천만명의 목숨을 구했습니다.

과연 어떤 것이 옳은 판단이었을까?

북한은 갑자기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을 것이다.

국민의 힘 주호영 원내대표의 말이 완전히 틀렸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러한 중요한 정보를 대외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 분명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에게도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역할이며, 누군가는 분명히 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끔은 생각지도 못한 누군가가 누구도 생각지 못한 일을 해낸다. 앨런 튜링."

 

이 말은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부정적으로 해석할 때 딱 주호영 원내대표의 상황이 떠오른다. 정말 누구도 생각지도 못한 발언을 했다. 정치적인 견제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국가안보다. 월북 공무원 사건과 관련하여 정확한 정보를 아는 것은 분명히 힘들 수도 있다. 그리고 해당 가족분들의 마음을 생각해보면, 정말 가슴이 찢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국회는 더 큰 관점으로 사건을 바라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견제로, 당장의 순간은 여당과의 전투에서 승리했을 수 있다. 하지만, 국가안보에 있어서 우리는 너무나 큰 리스크를 감수해야 했으며, 북한과의 전쟁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더 늘었을 수 있다. 

 

"이미테이션 게임"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1. 천재(리더)는 고독하고 외롭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2. 리더의 결정과 판단은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3. 리더는 나무보다 숲을 볼 줄 알아야 한다.

4. 리더는 풀을 한 포기씩 잡고 풀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큰 바람을 일으켜 전체 풀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미래에 우리가 보았을 때, 정말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한 판단들이 당시에는 정말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의 이슈와 논쟁거리를 만들었을 수도 있다. 미래를 위한 판단을 추진하기 위해 감당해야 하는 부담감은 실로 어마어마해서, 많은 사람들이 책임지기를 회피하는 것일 것이다. 국정을 주관하는 국회의원들이라면, 자신들의 밥그릇만을 챙기고, 오직 여야의 견제만을 위한 견제만을 할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국익 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국회에서 오직 미래를 바라보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꼭 나와주기를 바란다.

진정으로 노력한다면, 국민들은 분명히 그 사람을 알아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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