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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사회

(2장, 피고) 아이히만, 신 앞에서는 유죄라고 느끼지만, 법 앞에서는 아니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by YBK note 2020.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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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히만의 변호사 로베르트 세르바티우스 박사의 인터뷰 내용

"신 앞에서는 유죄일 수 있지만, 법 앞에서는 유죄가 아니다."

 

아돌프 아이히만의 담당 변호사였던 로베르트 세르바티우스(Robert Servatius of Cologne) 박사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답변한 내용이다. 제2차 세계대전과 유대인 학살이라는 최종 해결책을 배경으로 하지 않아도 이 문구는 어딘가 섬뜩한 부분이 있다. 아이히만은 독일의 패전이 확실시되었을 때, 도피하여 아르헨티나에 숨어 살았다. 숨어 산다는 것의 배경에는 분명히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1960년 5월 11일 저녁 부에노스아리레스 교외에서 체포되어 9일 후 이스라엘로 압송되었고, 1961년 4월 11일 기소되었을 때, 아이히만은 "기소장이 의미하는 바대로 무죄"를 주장한다고 이야기한다. 

 

무죄를 주장한다는 것의 핵심은 피고가 당시 존재하던 나치 법률 체계 하에서는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고, 그가 기소당한 내용은 범죄가 아니라 "국가적 공식 행위"이므로 여기에 대해서는 어떤 다른 나라도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으며, 복종을 하는 것이 그의 의무였다는 것이다.

 

"이기면 훈장을 받고, 패배하면 교수대에 처해질 행위들을 했을 뿐이다."

 

우리는 역사책에서 모든 시대에 걸쳐 가장 위대한 정치가로서 기록되든지 또는 가장 흉악한 범죄자로 기록될 것이다.
파울 요제프 괴벨스, 독일 나치스 선전장관

 

나는 개인적으로 이 부분을 읽고서 떠오른 사람 2명이 있다. 바로 "김장수,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다. 내가 이 사람들을 떠올린 이유에 대해서 공감할 수도, 공감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실 지금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태가 정확히 어떻게 마무리되어가는지는 잘 모르겠다만, 분명히 그 사태에 휩쓸려 말년을 굉장히 힘들게 보내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대한민국에서 4성 장군으로 전역하여 국가안보의 최고봉의 자리에 오르는 것이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은 그 누구나 아는 사실일 것이다. 개인적인 능력과 더불어 인성, 도덕성, 인간관계 등과 더불어 개인의 관운까지 뒷받침돼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꼿꼿장수"라고 불리던 시절의 김장수 (전)장관님
김관진 (전)장관님의 전설의 짤

세월호 당시에 내가 만약 사태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었고, 당시 대통령과 관계된 수많은 관계자들의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나는 다르게 대처했을까? 그보다 앞서, 나는 분명히 다르게 행동했을 것이라고 확신해서 이야기할 수 있을까? 확신한다면, 그 이유와 근거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 내가 한 일은 회고를 할 때에만 범죄일 뿐, 자기는 언제나 법률을 준수하는 시민이었다고 할 것이다."(아이히만)

 

만약에 세월호 사태가 없었다면, 김장수, 김관진 장관은 지금도 그 일이 발생하기 전처럼 존경받는 사람이었을까? 물론, 아이히만이 했던 과오들과 세월호와 관련된 비리들을 옹호한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표면적으로 보았을 때, 공통적인 부분이 많은 것 같아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알아도, 내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의 입장에서 나는 사적인 것을 포기하고 공적인 것을 택할 수 있을까? 지금의 나로서는 절대 못할 것 같다.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다. 적어도 신체적, 정신적으로 정상적이었던 사람이라면, 당시의 행동이 비정상적이며, 그러한 행동을 이행한 것에 대한 양심의 가책은 느꼈을 것이다. 단지, 그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거나 선택할 용기가 없었던 것일 수 있다. 나는 이것을 "선택의 딜레마"와 "선택의 용기"의 결여라고 표현한다.

 

우리가 아이히만이나, 김장수, 김관진과 같은 사람들의 비운의 말년을 보면서 깨닫고 고민해야 하는 부분은 비슷한 유형의 과오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다시는 이러한 유형의 문제가 발생되지 않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결과를 떠나서, 당시 그 사람은 그 때의 그 선택이 유일했을 수 있다. 그리고 단지, 그 결과가 부정적이라는 이유만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너무나도 무분별하게 비난을 한다. 

 

정말 쉬운 질문이지만, 답변은 너무나도 어렵다. 하지만 생각해보아야 한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국내도서
저자 :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 김선욱역
출판 : 한길사 200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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