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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사회

(5장, 두 번째 해결책 : 수용) 옮겨놓을 수 없다면 유일한 해결책은 전멸

by YBK note 2020.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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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스코의 아이디어, 마다가스카르 계획, 그리고 학살

1939년 9월 2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사실상 유대인들의 이주, 이민의 가능성은 시간이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었다. 전쟁 중에 수백만명의 사람들을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옮기는 일은 대충 생각해봐도 매우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불가능했다. 동부에서는 유대인들이 이미 강제 거주구역(게토, Ghetto)으로 수용되고 있었고, 또한 돌격대에 의해 살해당하고 있었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나치정부는 공개적으로 전체주의적으로 되었고, 공개적으로 범죄적 성향을 띄게 되었다. 이 시기에는 친위대 정보부와 정규 국가보안경찰이 통합된 제국중앙보안본부(R.S.H.A)가 등장했는데, 1941년에 아이히만은 제국 중앙 보안본부 제 IV-B-4부의 직책에 임명되었다. 집무실에서는 "강제이주"가 유대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공식적 방법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주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는 딜레마에 이미 직면해있었다. 아이히만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이러한 시점에 그는 스스로 "아이디어를 낼 수 없는가"를 알아보기 위한 제안을 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하였다.

시기상 가장 첫 번째로 고안된 아이디어는 "니스코의 아이디어"이다. 독일을 유대인이 없는 지역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그렇기에 과거야 어찌 되었든, 현재 제국의 일부로 간주되고 있지 않은 일반정부(The General Government)라고 알려진 바르샤바를 포함한 동부지역으로의 추방이라는 아이디어였다. 실제로 1939년 12월까지는 동부지역으로 유대인들의 추방이 시작되었고, 대략 100만 명의 유대인(합병 지역에서 온 60만 명과 제국에서 온 40만 명)이 일반 정부에 도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슈탈렉케르가 돌격대 A 사령관으로 임명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25만 명의 유대인을 총으로 쏘아 죽였다. 또한 한스 프랑크에서는 유대인 문제 해결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고, 프랑크는 유대인 문제를 전적으로 단독으로 해결하기를 원했다. 전체적인 계획은 완전히 실패로 끝났다. 

 

"유대인 발 아래 확고한 땅을 두려는" 아이히만의 두 번째 아이디어는 "마다가스카르 계획"이었다. "유대인 발 아래 확고한 땅을 둔다"라는 것은 아이히만의 열성과 더불어 본인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그의 인식을 잘 나타낸다. 하지만 300만 명이나 되는 유대인을 죽이지 않고 그 곳으로 배로 운송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리고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 아이히만이 실제로 마다가스카르로 유대인을 옮길 생각이었는지는 본인만이 알겠지만, 이 계획의 가장 큰 장점은 유대인을 유럽으로부터 완전히 제거하는 것 외에는 어떤 조치도 충분하지 않다는 예비적 관념을 관계자 모두에게 친숙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는 것이다. 1941년쯤에 마다가스카르 계획이 "무가치"하다고 선언되었을 때, 모든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리고 논리적으로 다음 단계를 준비하게 되었다. 

 

"옮겨 놓을 수 있는 어떠한 지역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유일한 해결책은 전멸뿐이었다. "

 

추방 → 수용 →학살(최종해결책)으로 이어지는 그들만의 논리적인 생각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사실 더 놀라웠던 사실은 재판에서 아이히만의 변호사였던 세르바티우스 박사가 한 말이다. 앞선 4장에서 "세르바티우스 박사가 무시하기로 한 어떠한 사실들"이 아이히만의 변호를 이해하는 데 있어 핵심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박사는 이야기했다.

 

"유골의 수집, 종족 근절, 가스를 사용한 살인, 그리고 이와 유사한 의학적 문제들에 대한 책임에 기초한 고소 내용에 대해서 아이히만은 무죄이다."

 

"그것은 실제로 의학적인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그 일은 의사가 준비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살인의 문제이고, 살인 역시 의학적 문제입니다."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이야기는 현실의 힘을 반영하는 일상 언어로 전해진다. 그리고 그것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면서 받아들여지며, 곧 현실에 있어서 전제되는 보편적 원리나 준거가 될 수 있다. 이것이 곧 상식, 공통감(Sensus communis)이다. 살인은 의학적 문제라고 일반적인 인식이 형성되었을 때,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지는 우리는 과거를 통해 알 수 있다. 

 

"옮겨놓을 수 없다면 유일한 해결책은 전멸"이라는 사고의 논리는 오늘날에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상식을 벗어나는 극단적인 선택과 사고방식은 인류가 상상할 수 없을만한 결과를 또 한 번 야기할 수 있다. 지구에서 가장 가축화(Domestication)가 성공적으로 된 동물은 바로 인간이다. 인간은 스스로 결정한 사고방식과 행동의 틀 속에서 행동하도록 주변의 사람들을 교육하고 지도하며, 본인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 한 번 잘못 인식된 사고방식은 쉽게 바뀌지 않으며, 그것은 본인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 그리고 인류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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